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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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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323
이른 아침에 1,000원짜리 버스를 타고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버스에는 우리들이 있었고, 나는 타자와 만났다.
숏버스shortbus.
영화가 중반을 넘어설 즈음, 한분이 자리를 떴다.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의식적 노력 없이도, 떠난 그분의 마음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소극장 규모의 영화관에 나 홀로 남았다.
나 역시도 자리를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숏버스를 타고 엔딩까지 가기 위해서는
불편감으로 대체된 자극에 대한 호기심을 상쇄시킬만한
무언가 절실히 필요했다.
나의 필요는 상영시간이 102분에 다다랐을 무렵에서야 채워졌다.
존 카메론 미첼과 그의 사람들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 것.
내가 만난 그들은 참다운 소통을 통해
관계 안에서 행복을 누리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
더 나아가 온 인류가 하나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축농증으로 막혔던 코가 뚫리 듯
불편했던 몸과 마음이 시원해졌다.
이제서야 그들의 말뜻을 알듯하다.
끝나면 슬퍼?
그래 슬퍼.
여전히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또 내가 혼자가 아니라서.
_뱅글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