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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티켓'에 해당되는 글 5건
2009. 5. 19. 00:16





090518

'나'에 대해서 '너'에 대해서
세상살이에 대해서
그리고 예술에 대해서도.

아니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선을 넘어 젠척 하면
한마디로 재수가 없으시고
거부감에 답답함과 짜증이 올라오기도.
이것이 우리의 일상인 듯.

내게 필요한 건
'나'는 성찰하려 하고
'너'는 이해하려 하고
삶은 몸소 경험하려 하고
예술은 느껴내려 하는 것.

즉, 평생을 자기 중심성의 모순을 깨뜨리려 하는 것.

겉으로 보이는 신화적 껍데기를 벗어내기.
숨겨진 진실을 바로 알고자 노력하기.
지금 여기에서는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말하기.
아는 만큼은 제대로 살아내고자 하기.

상수님의 눈에 비친 일상적 풍경이
솔직하게 드러난 시간인 듯.

_뱅글벙글












 
2009. 5. 17. 00:23

090516

관람을 시작하려던 토요일 오후 3시 무렵,
전시장 안팎으로 미어 터지는 인파를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책과의 만남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나 산소 모두 넉넉치 못했다.

동행했던 친구들은 한시간 정도 둘러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먼저 탈출했다.
조금이라도 본전을 뽑고 싶었던 나는
30여분 동안 한바퀴를 더 돌고 서둘러 나갔다.


요즘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고 있는 터라
좀 더 깊이 국내외 책들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책의 존재를 눈으로 목도할 수 있었기에
희망스러웠다.
나도 천천히 그러나 부지런히 좋은 어린이책들을 만들어서
내 책과 만날 사람들과 깊이 호흡하고 싶다.
분발하자!

그건 그렇고~
어쨌든 다음부터는 전시관람 시간대를 잘 선택해서 와야겠다.

_뱅글벙글









2009. 5. 5. 22:46
090425

계획에 없던 사진전시을 갑작스레 보게 된 터라
아무런 사전지식도, 기대감도 없는 제로상태였다.
티켓을 끊은 후 인파에 휩쓸려 어둑어둑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먼 발치에서 천천히 걸으며 작품들을 대강 흩어보았다.
그러나 작품명 밑에 딸려있는 '카쉬 에피소드'가 눈에 들어오면서부터
사진 한장 한장에 베어 있는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덧 나는 사진과 가까이 위치하고 있었다.
윈스턴처칠, 오드리햅번, 헤밍웨이, 파블로피카소, 마더테레사...
발걸음이 더할수록 점점 더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진을 보며 사람을 만났다.
잔잔한 감동이 집으로 가는 길가에 스며들었다.
나 역시 나이가 더할수록
내 작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사람을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_뱅글벙글









2009. 4. 5. 22:57
090330

몽족 깡패들의 총기난사로 타오네 집은 난장판이 되었고,
타오의 누나는 깡패들에게 성폭행 당한 채로 집에 돌아왔다.
이웃집에 살고 있던 월리(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깡패들의 행패에 분노하며 집안 물건들을 주먹으로 깨부셨다.

다음날 아침 월리를 찾아온 타오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당장 복수하러 가자고 다그쳤지만
월리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참을 골똘히 고민한 후 월리는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욕조에서 담배를 태우고, 이발소에서 면도를 하고,
양장점에가서 옷을 맞추고, 그가 무시하던 신부를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죽음을 각오한 복수전을 암시하는 것이라만 생각했다.
한국전쟁에서 13명 정도의 사람들을 죽여본 경험이 있었던 월리는
영화 전반에 걸쳐 공격성이나 폭력으로 일관된 관계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월리는 혼자 몽족 깡패들을 찾아갔다.
깡패들이 쏘아올린 수십발의 총알은 월리의 몸통을 관통했다.
그의 무모한 용기의 결말이 허탈하게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뒤늦게서야 그가 총기를 소지하지 않고
비무장으로 죽음을 맞이하러 갔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의에 맞선 월리의 마지막 선택은 바로 비폭력이었던 것이다.
나는 망치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비폭력 평화 정신은

살상의 추억으로 평생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던
월리 자신을 용서해주었을 뿐 아니라
죄씻음 받기 위해 스스로가 만들어 냈던
수많은 정결의 틀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의 위대한 선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되었다.
무엇보다 분신과도 같았던 72년형 그랜토리노를
더 이상 자신의 차고에 가두지 않고 타오에게 주었다.

그랜 토리노, 그랜 토리노...
음악과 함께 엔딩 자막이 올라갔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특히 한국전쟁이란 것이 무엇이었길래
외국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것일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전쟁에 대해 아는 것 별반 없는 나란 존재는
도대체 무얼하며 살아왔는가.
나의 무지했던 삶에 또 다시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월리의 마지막 선택처럼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비폭력,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불의 앞에서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_뱅글벙글











2009. 4. 5. 22:56


090323


이른 아침에
1,000원짜리 버스를 타고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버스에는 우리들이 있었고, 나는 타자와 만났다.


숏버스shortbus.

영화가 중반을 넘어설 즈음, 한분이 자리를 떴다.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의식적 노력 없이도, 떠난 그분의 마음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소극장 규모의 영화관에 나 홀로 남았다.

나 역시도 자리를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숏버스를 타고 엔딩까지 가기 위해서는

불편감으로 대체된 자극에 대한 호기심을 상쇄시킬만한
무언가 절실히 필요했다.
나의 필요는 상영시간이 102분에 다다랐을 무렵에서야 채워졌다.

존 카메론 미첼과 그의 사람들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 것.
내가 만난 그들은 참다운 소통을 통해
관계 안에서 행복을 누리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

더 나아가 온 인류가 하나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축농증으로 막혔던 코가 뚫리 듯
불편했던 몸과 마음이 시원해졌다.

이제서야 그들의 말뜻을 알듯하다.

끝나면 슬퍼?
그래 슬퍼.
여전히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또 내가 혼자가 아니라서.

_뱅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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