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6. 23:22
[창고/좋은말]
디자인이란 형태와 내용의 조작이다. 이런 정의라면 자기가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겠지. 그럼 나는 앉아서 조작을 하겠어. 조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 여러분들이 경험하는 과정이 조작의 한 측면이야. 바로 여러분이 하고 있는 것이죠. 내용이란 아이디어, 또는 주제야. 형태란 이 아이디어로 여러분이 하는 것이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색을 쓸까? 흑백으로 할까? 커다랗게 만들까? 조그맣게 만들까? 삼차원, 아니면 이차원으로 할까? 유행하는 것을 쓸까? 아니면 좀 더 진중한 느낌으로 갈까? 서체는 보도니, 아니면 바스커빌을 쓸까?
이런 질문 전부를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죠. 이것이 디자인의 조작적 측면의 일부야. 그래서 주제에 대해 논의하려면 무엇에 대해 이야기 나눌지를 정의할 필요가 있어. 대개 사람들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무도 주제를 이해하지 못해. 누구도 생각한 적이 없어요. 개중에는 디자인이란 넥타이 무늬나 화장실 벽지, 양탄자 무늬에서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것이 디자인의 의미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에요. 그런 것은 디자인의 뜻하는 바가 아니지. 디자인 과정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단지 장식에 지나지 않아. 그것이 사람들 대부분이 정의하는 정의야. 그래서 디자인이 불운한 말이라고도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집착하는 말이지. 전기 르네상스로 거슬러 올라가면 화가이자 건축가인 조르조바사리는 디자인이란 모든 예술, 회화, 무용, 조각, 저작의 기본이자 토대라고 말했어요. 디자인은 모든 예술의 기반이에요. 모든 예술에서 형태와 내용을 조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디자인이나 그래픽 디자인이나 회화에서의 디자인과 다를 바 없어요. 이 견해에서 자연스럽게 결론을 끌어낸다면 디자인과 회화, 또는 디자인과 조각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고 모두가 똑같다고 잘라 말할 수 있겠지. 이 자리에 화가가 있다면 틀림없이 격하게 부정하겠지만 그건 상관없어요. 화가를 데려와도 돼. 누구든 아는 화가가 있으면 데려와주게.
_마이클 크뢰거 지음, 신혜정 옮김, 『폴 랜드와의 대화』, 워크룸, 2009, pp.42-43